세무사가 조세소송대리권을 가져야 하는 이유(01-6.8-3)

 

현행 변호사법에서는 조세에 관한 소송대리권을 변호사의 독점적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대가를 받고 소송사건, 비송사건, 가사조정, 행정심판, 기타 행정기관에 대한 불복사건의 감정, 대리, 중재, 화해, 청탁, 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작성 기타 법률사무를 취급하지 못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7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倂科할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중 소송사건, 비송사건, 기사조정외에는 세무사법, 국세기본법, 행정심판법의 특칙에 의해 세무사의 대리가 인정되고 있다.

<변호사만이 조세소송대리권을 가져야 하는 이유의 비논리성>

이와같이 조세소송에 있어 변호사만이 배타적으로 소송대리권을 가져야 하는 주된 이유로, 법률전문가로서의 충분한 능력과 식견을 갖지 않은 자가 소송대리 등을 업으로 할 경우, 사건처리능력의 부족으로 의뢰인에게 피해를 주게되고 소송사건을 수입의 계기로 삼기 위해 濫訴를 야기하는 폐해를 드는 것이 통설이다.

위의 주장은 조세소송이외의 민·형사소송에 있어서는 타당할지 모르나 조세소송을 변호사가 독점하여야 한다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조세관련사건은 訴願前置主義에 의하여 과세적부심,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 행정심판이 먼저 이루어지는데, 이와 같은 조세관련 행정심판 사건의 90%이상을 세무사가 대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세사건의 사실관계와 관련 법해석, 적용문제에 관해서는 담당세무사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조세법 전문가인 세무사는 조세사건에 주로 적용되는 세법의 해석과 그 적용에 있어 대부분의 경우 민·형사 등 일반법 전문가인 변호사를 앞서는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세무사는 국가가 시행하는 시험제도에 의하여 능력을 검증 받은 자로서 투철한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납세자의 의뢰에 의하여 기장대리업무, 세무조정업무, 세무상담업무 등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국민과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현재 개업 변호사의 90%정도가 변호사업의 기장 등 본인과 관련된 세무업무를 세무사에게 의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무사의 자질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세소송대리권을 줄 수 없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모든 법과 제도의 기본원칙인 공평성과 효율성에 비추어 보아도 조세소송대리권을 변호사에게만 독점시켜야 할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조세소송대리인의 선택은 국민의 몫이어야>

현행과 같이 조세소송대리권을 변호사만이 독점하게 되면 국민의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수요자인 국민이 변호사에게 소송을 의뢰하고자 하는 경우 보수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그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조세전문가인 세무사가 조세소송대리권을 가질 경우 경쟁체제가 강화되고 국민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수요자인 국민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조세소송대리권을 세무사까지 확대시킬 것인가, 현행과 같이 변호사에게만 독점시킬 것인가는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검토되어야 하며 어느 특정 전문자격사의 업무영역문제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 정부는 출범초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분업화·전문화시대에 부응해야>

현대사회는 각 분야가 분업화되고 전문화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조세전문가인 세무사가 조세에 관한 소송대리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대개의 경우 변호사는 법률전반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으나 법률중에서도 독특한 전문분야인 조세법의 전문가는 많지 않다. 반면에 세무사는 자격취득시 시험과목에서부터 조세법에 관한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검증 받았고 일상의 업무가 조세와 회계에 관한 업무이기 때문에 이에 관한 전문적인 실무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모든 분야에서 경쟁원리가 도입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조류에 부응하고, 변리사에게 특허소송대리권을 주고 있는 것과 형평성에도 맞으며 앞으로의 법률시장 개방에도 경쟁력을 갖추는 방안이 될 것이다. 또한, 이와 더불어 조세소송을 전담하는 조세법원의 설치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에서도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주고 있어>

외국의 사례로서 독일·미국·일본의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권 여부를 검토해 보면, 독일은 조세소송을 조세법원의 관할로 하여 세무사가 조세소송사건에서 소송대리자격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으며 조세소송사건의 대리를 세무사의 고유업무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내국세입법 제7452조의 규정으로 조세법원의 규칙하에서 비법률가인 공인회계사와 등록대리인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는 稅理士의 조세소송대리를 위한 준비단계로 세리사의 法廷陳述權을 추진하여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공개토론 등 의견수렴절차를 거친 후 이를 채택하여 세리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소송제도의 理想에도 부합>

소송제도의 이상은 ①사실인정과 법률적용에 있어서 정확성을 기해야 하며(적정이상), ②소송절차에 있어서 양 당사자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기회균등을 보장해야 하며(공평이상), ③실효성 있는 권리구제를 확보하기 위하여 신속한 재판이 요구되며(신속이상), ④소송에 드는 비용과 노력을 최소한도에 그치게 하여야 한다(경제이상). 이와 같은 소송제도의 이상에 비추어 볼 때,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주어야 함은 자명하다. 즉, 지금까지 검토한 바와 같이 조세소송사건의 사실관계와 법률적용문제에 관해서는 세무사가 그 누구보다도 정통하며, 조세소송에 있어 피고인 국가측에서는 조세에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을 갖춘 세무공무원이 소송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원고인 납세자측에서도 이에 상응하여 조세전문가인 세무사가 대리인이 되어야 양 당사자를 동등하게 대우하여 기회균등을 보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조세전문가인 세무사를 조세소송에 참여시킴으로서 납세자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공개토론의 제안>

이에 필자는 국민의 입장에서 현행과 같이 변호사에게만 독점적으로 조세소송대리권을 가지게 할 것인가, 아니면 세무사에게까지 조세소송대리권을 확대시킬 것인가에 관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이 토론회는 당사자인 변호사회와 세무사회가 주관이 되고, 규제개혁위원회·사법개혁추진위원회 등 정부관련기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참여하여야 하며, 토론내용에 있어서도 현재의 문제점 진단, 조세법원의 설치문제, 외국의 입법례, 앞으로의 개선방안 등 조세소송대리권에 관련된 모든 쟁점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조세소송대리권을 독점하고 있는 변호사단체의 토론회 참여를 촉구한다. 현행 조세소송대리권 관련 법과 제도가 이론적으로 타당하고 국민의 권리구제에 있어 최선의 것이라면 토론회를 여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2001.06.04 12:34..조세일보 / 박상근 교수